What a Complicated World

왜 대학생이 되면 바보가 되는가?


오늘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안주삼아 글을 써보겠습니다.

우리나라 현 교육제도의 핵심은 3不 정책 (기여입학 / 본고사 / 고등학교 등급제 금지)를 기본 골자로 거기에 초/중/고등학교의 평준화를 가미한 것입니다.


일단 모든 이의 능력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서 출발하는 평준화와 고등학교 등급제 금지는 넌센스입니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각 학생집단마다 그 집단의 수준도 천차만별인데, 그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놓고 차이를 두어서는 않된다는 것은 어떤 발상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소위 명문 고등학교 전교 1등과 중학교 졸업만 하면 가는 사람들만 모인 그렇고 그런 학교 전교 1등이 과연 동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모르기는 몰라도 이 정책을 이끌어가는 교육부쪽 사람들도 속으로는 말도 않된다고 생각할겁니다.
그런데 특히나 지난 5년간,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더이상 경쟁이 아닌 평등해야하는 것인양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뛰어난 성적의 인원이 몰린 서울 강남 일원 고등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서울대에 진학한다는 핑계 하나만으로 서울대 입학인원의 지역 할당제라는 전무후무한 코미디 교육 정책이 태어나기까지 하였습니다.
평등은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고 차별받지 아니하는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1처럼 강제로 자르고 붙여서 모두를 똑같게 만드는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기여입학 금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여입학이 실현되면 돈있는 사람은 대학에 돈만 좀 퍼주면, 쉽게 대학 졸업장을 따낼 수 있다는 걱정만 하고 있는데, 또다른 단면은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하여 기여입학을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여입학을 통해 대학에 보태진 재원은 어떠한 형태로라도 대학 구성원을 살찌우는 좋은 거름이 된다는 것은 애써 부정합니다.
지금도 각 대학은 어떻게 해서라도 기부금을 받아보려고 노력하고, 없는 돈 쪼개서 건물 신축하기 어려우니 기업과 손잡고 건물 신축 기부를 얻어내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미 세상은 대학도 장사를 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곳이 되었는데, 언제까지 학문을 하는 사람은 순수해야 한다는 말도 않되는 핑계 하나로 대학을 죽은 지식의 전람으로 묶어둘 생각인겁니까?
이미 공대쪽은 순수한 연구에 힘을 쏟기 보다는 산학협업을 통해 기업에서 지원금을 받는 연구에 힘을 쏟는 것이 우선되는 곳입니다. 특히나 대학원쪽은 학부보다 훨씬 그런 경향이 심합니다.
실정이 이런데 기여입학으로 대학에 들어올 극소수의 인원이 불평등하다는 핑계 하나로 그들이 대학에 기여할 물적 기여를 걷어차는 것이 과연 올바른 생각일까요?


본고사 금지는 원칙적으로는 옳은 이야기이지만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곳에서 의도적으로 오용하고 있습니다.
본고사가 금지된 것은 본고사의 주축을 이루는 수학 문제가 터무니없이 까탈스럽게 출시되면서 수학 사교육이 들불처럼 유행하면서 그 폐단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옳은 이야기입니다. 이건 초등학생은 고등학교 과정을, 중고등학생에게는 대학교 과정을 요구하는 수학경시대회 (수학 올림피아드)만큼이나 쓸데없고 터무니없는 주문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특히나 지난 5년간은 본고사 금지라는 원칙이 쓸데없이 고수준의 과제로 입학 지망생을 고문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아닌, 대학의 최소한의 학생 선발 욕구까지 말살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본고사 금지를 핑계로 3불 정책때문에 그나마 대학이 마지막으로 학생의 성취수준과 됨됨이를 판가름해볼 수 있는 장치인 논술을 걸고 넘어간 것입니다. 교육부와 푸른 지붕아래 사시는 어떤 분께서는 논술도 본고사와 다름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대학의 숨통을 죄셨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논술 준비가 과도한 사교육으로 물드는 것어린 나이부터 책에서 재미를 느껴볼 시간도 없이 문제집이나 학원때문에 책이 지겹다는 편견을 가지게 되면서 싹튼 것입니다.
글씨가 가득한 책은 쳐다보지도 않는 풍토때문에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서부터 판타지/무협 소설이나 만화책에만 빠져들고, 책을 보며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지식을 쌓아가는 좋은 경로를 상실한 것입니다. 지식의 창구가 누군가가 자기 대신 생각까지 해서 머릿속에 부어주는 학원이라거나 가볍디 가벼운 만화로 한정지어지면서, 자기가 받아들인 지식을 곱씹으며 자신의 생각을 키워가고 논거를 쌓는 일련의 논리적 과정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근 20여년간을 자기 생각없이 자라와서,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생각을 근거를 보태 잘 정리해서 글로 만들어 주장해보라고 하니 그대로 굳어서 어벙벙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한 결론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이런 아이들을 이용해서 논술 사교육까지 성행하는 것은 뻔한 것이고요.. 정부는 마침 잘되었다고 속으로 환호성을 연발하며 사교육을 통제하겠다는 숭고한 핑계하에 바보 양산에 일조한 것입니다.

(전 일반적인 제 또래와는 과정이 달랐습니다. 제가 태권도나 피아노 같은 것이 아닌 본격 사교육에 처음 발을 담근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적이었고, 이미 그 때 즈음에는 재미로 독서를 하고있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지금 생각하기에 제 지식의 기반은 중학교 들어가기 이전까지 봤던 각종 분야의 책들인 것 같습니다. 그 받아들였던 지식들이 소화된 것은 대학 들어와서 이지만 말이지요..
하여간 그래서인지 재수학원에서 논술 강의를 들을 때, 강사분들이 재미있어 하시더군요. 첨삭용으로 글을 써서 내면 학원에서 가르친 적이 없는 사례나 주장까지 튀어나와서 재미있다고들 하시더군요.. 원래 논술이라는 것이 이래야 정상이라고 그 분들께서 그러기는 하십디다만...)


그렇다면 이러한 3불 정책 세대는 과연 나아졌는가?

결론은 Never! 입니다.

저는 회계학도 입니다.
제가 1학년때는 7차 교육과정 1세대들이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온 해이기도 했는데, 7차 교육과정부터 문과에서 빠진 미적분때문에 경제학원론 시간에 난리가 났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그동안 가르치셨던 대로 관계 그래프 그려놓고, 뭐를 미분한 것이 뭐고 식으로 한 학기간 강의를 하셨는데, 생전 처음 미분이라는 것을 접해본 학생들의 방황이 상당했었습니다. (그나마 저는 6차 교육과정 마지막 세대인 재수생이라 무슨 말인지 알아먹었습니다만요....)

덤으로 팀프로젝트 있는 강의를 하다보면 복학생 형님들이 속터져하는 광경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형님들도 대학 진학하던 때에는 단군이래 최저 학력 운운하는 소리 듣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오죽 한심한 상태였겠습니까...

그럼 이제, 글 제목에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던져보겠습니다.

왜 대학생이 되면 바보가 되는가?

저의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20여년을 살아온 학생들이 논술에서 자기 생각하나 정리해서 주장하지 못할 정도의 바보가 되어 사교육의 약발로 근근히 버텨오고 있으니, 사교육의 약발이 먹히는 고등학교까지야 어떻게 근근히 커버가 되어서 뛰어난 인재인양 보이겠지만, 사교육이 더이상 먹힐 수 없는 대학에 이르러서는 자기 스스로 생각하거나 탐구할 줄 모르는 빈껍데기만 남아 원래 그대로 바보가 된다고 말입니다.
즉 대학생이 되며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자기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바보였으나, 그 동안은 링겔과 인공 호흡기로 근근히 버티며 바보가 아닌양 20여년간을 속여가며 행세해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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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사람이 자기집에 찾아온 손님들을 특정 규격의 침대에 눕히고, 그보다 키가 큰 사람은 침대 크기에 맞게 몸을 잘라내고, 키가 작은 사람은 늘려서 강제로 키와 침대의 길이를 맞췄다는 이야기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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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1 01:19 2008/01/1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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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aybreaker 2008/01/11 04:4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그나마 저희 학교는 나은 편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공감 200%.

    카이스트마저 공감하면 이건 막장 ;;;

  2. adnoctum 2008/01/11 07:5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들에게 '자발성'이란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며, 그래서 그런지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시켜주세요, 하지만 스스로 하라고 하진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뭐 저도 까놓고 하나하나 파헤치면 스스로 하는 것을 꼭 반기지만은 않습니다 ;;;

  3. Ohyung 2008/01/11 10:11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개인적으로는 수능을 등수화 시키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석차대로 자르고 자신의 위치를 알고 그에따라서 갈곳을 정하는게 좋다고 보는데...
    평등평등만 외치다가 천재가 바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천재 몇 명이 한 나라를 먹여 살리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댓글좀 써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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